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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

천안함 사건, '음향자장복합어뢰'를 통한 북한의 소행?

  지난 3월 말에 침몰한 천안함 사건이 함미와 함수의 인양으로 인해 점차 북한의 소행으로 기정 사실화 되고 있다. 사실 북한이 공격했다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합조단이나 군, 정보기관, 정부가 모두 그에 합당한 증거를 내놓고 있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북한으로 소행으로 몰고가는 이유는 침몰의 원인으로 '어뢰' 로 인한 공격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반도에서 어뢰를 쏠 만한 국가로 '북한'이 지목된 것이지 북한의 소행이라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

  나는 솔직히 지금의 분위기가 불편하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북한'의 소행이라고 모두가 단정 짓고 있는 것에 불편하다. 그것은 북한을 옹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분명 우리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임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어찌 됐건 간에 서로 총부리를 대고 있지 아니한가? 따라서 북한의 소행이라고 추측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가능하다. 하지만 추측과 확신은 다르다. 국제법에 대해서 문외한이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 헌법에서는 모든 사건에 대해서 '무죄추정권', 즉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법이 국제법상에 통용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성문법 측면을 떠나서 '무죄추정권'은 상식이라고 생각한다. 확실한 증거 없이 누군가를 도둑으로 몬다는 것이 얼마나 불합리한 일인가 라는 정도는 누구나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천안함 사건에서 만큼은 그것은 '상식'이 되지 않았다. 적어도 정부나 언론에서 떠드는 모양세를 본다면 그것은 거의 '확신' 이기 때문이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나 합조단의 브리핑 내용을 보게 되면 ,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OO에 가깝다.", "OO할 가능성이 있다.", "OO에 무게를 두고..." 등의 발언내용이 유독 눈에 띤다. 이러한 발언들은 대체적으로 '추측'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이러한 발언을 했다는 것은 아직까지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았음을 반증한다. 혹자들은 정부의 이러한 발언 배경 뒤에 뭔가 확실한 증거가 있지 않느냐 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는 있지만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새로운 문제다. 이는 정부가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은폐" 하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알권리 문제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정부가 은폐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과 관련된 확실한 증거가 나와서 사실을 은폐를 하고 있다면 당연히 그들은 '북한의 소행' 임을 감춰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북한과 관련된 발언을 끊임없이 언론에 흘렸고 속보에 굶주린 언론은 그것을 대서특필 하고 있는 걸로 봐서 정부는 북한의 소행임을 감출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정부가 북한의 소행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지만, 6자 회담이나 개성공단같은 북한과의 대외적인 관계를 고려해서 그것을 잠시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고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김장관의 선제타격이나 이명박 대통령의 엄중 조처 같은 발언들이 천안함 인양 이후 나온 것으로 봐서는 북한과의 관계 호전은 이미 물 건너 봤다고도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북한의 소행임을 암시하는 정부의 발언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나는 그중에서 위의 경우를 제쳐 두고도 가장 히트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천안함 침몰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어뢰'의 정체성이다. 오늘 보도 내용을 보게 되면 이른바 "음향, 자장 복합감응어뢰"가 그것이다.

  합조단은 천안함 절단면을 보면 '버블제트'에 의한 파공흔적이 관찰된다고 보고한다. 물론 그것이 확실히 버블제트에 의한 파공이었다면 물고기 떼죽음이나 화약냄새, 물기둥이 왜 관찰되지 않았느냐 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지만, 지금은 절단면만 보기로 한다. 때문에 합조단은 버블제트를 일으킬 수 있는 기뢰나 어뢰에 초점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여러가지를 고려하면 기뢰보다는 어뢰가 더 유력하고......"등등등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추론의 결과 등장한 것이 '음향, 자장 복합어뢰'다. 초반에 정부는 음향어뢰라고 추정했었다. 하지만 함미가 인양되고 나서 바로 일축했는데 그것은 스크류가 멀쩡했기 때문이다. 스크류는 함선에서 가장 소음이 심한 부분으로 음향어뢰가 대체적으로 이 부분을 감지해 폭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크류가 멀쩡했기 때문에 음향어뢰의 가능성은 탈락된 것이다. 하지만 함수가 인양되고 나서 버블제트에 의한 파공이 유력해지면서 다시 비접촉 어뢰인 음향어뢰가 다시 부상을 했는데, 합조단은 여기에 자기장 센서를 추가해 개량된 형태의 신제품인 '음향, 자장복합감응식 어뢰'를 내논 것이다.

  합조단의 설명에 의하면 이 어뢰는 선함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따라가다가 배의 자기장에 반응해 그곳에서 폭발하는 어뢰 라고 밝혔는데, 자기장을 추가한 이유는 선체중 가장 많은 자장을 발생하는 가스터빈실 부근이 최초 폭발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뢰는 최초에 스크류 소리를 따라가다가 가스터빈실의 자장에 반응하여 터진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추정하고 있는 가장 유력한 어뢰인 "Yu-3G" 어뢰는 음향만을 감지하는 비접촉어뢰이다. 하지만 합조단은 북한이 기존 어뢰에 자장 신관을 장착해 개량해 사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문제는 북한이 기존 무기를 개량한 어뢰를 보유하고 있다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다. 합조단은 그저 어뢰 공격이라는 전제아래서 끼워 맞춘 것에 불과하다. 그로인해 탄생한 것이 '음향, 자장복합감응어뢰' 인것이다.




   또한 합조단은 어뢰를 발사한 주체인 북한 잠수함(정)의 존재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그저 조사중이라는 답변만을 할 뿐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합조단이 추정하는 Yu-3G 어뢰의 사거리가 13km 임을 감안하면, 북한의 잠수정은 분명 우리의 영해내에 진입했다라는 사실이 명백하다. 하지만 정확한 침투경로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합조단이 현재 추세로 '음향, 자장복합감응식 스텔스 어뢰"(ㅋ;)를 발명해 낼 지도 모르겠지만, 북한 잠수정의 알리바이를 밝혀내지 못한다면 당연히 그 어뢰의 주인공을 북한이라고 추정할 수는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 정부가 하는 일을 봐서는 그것을 군의 실수로 포장할 가능성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군의 안보 위기관리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를 영결식 이후에 실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안보 위기관리시스템의 주요내용은 대체적으로 외부에 공격에 대한 감지와 대응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천안함 사건을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잠정 결론 짓는다면, 북한의 알리바이를 우리 군의 위기감지 능력에 대한 직무유기 내지는 실수로 깨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북한이 실제로 우리 영해에 침입을 했지만 기기상의 오류나 감시 소홀등으로 인해 감지를 하지 못했다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문책을 예고하는 것이 이러한 이유때문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든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음향, 자장복합감응 어뢰'에서 보이는 정부의 태도에서 추측한 것이지 사실 나도 그에 대한 근거는 없다. 

  앞서 말한대로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잠정 결론 짓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 그것은 북한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언론을 통해서 자신들의 소행이 아님을 끊임없이 말하고 있다. 물론 그것이 북한의 전략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을 떠나서 북한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아무데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없는 확신을 하고 있는 것은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만든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합조단의 결과발표는 다음달로 예정되있다. 동시 지방선거에 인접한 시점이다. 이번 동시 지방선거가 중요한 것은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에 대한 여론을 살펴볼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집권여당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집권여당이 완패를 한다면 정부가 시행하는 사업역시도 정당성을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는 없다. 천안함 사건은 앞으로도 집중해야할 문제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나서 정책이 앞서야할 선거판에 천안함 사건이 지속적으로 언론에 오르는 것은 그다지 좋은 현상은 아닌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