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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

'천안함의 침묵②' "침몰시킨 어뢰는 북이 몰래 들여온것?"

 

그림출처 : 동아일보

그림출처 : 동아일보


 민군 합동조사단은 어뢰에 사용됐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알루미늄에서 RDX라는 화약성분이 검출됐다고 언론을 통해 발표했다. 이것이 공식 발표는 아니지만 언론 보도 내용을 비춰봤을때는 거의 확정적이다. 그렇다면 근거는 무엇일까?

 동아일보의  5월 6일자 인터넷판 기사 - "어뢰 파편인데 한국 무기엔 없는 재질..'스모킹건' 나왔다" - 를 보면  두 가지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우선,  

1. 화약성분 
 동아일보의 기사에 의하면 연돌 부분에서 RDX[각주:1] 라는 화약성분이 검출됐다고 한다. 이 연돌 부분은  폭발 직후 바로 가라앉았기 때문에 조류에 밀려갔던 함미나 함수보다 화약성분이 더 남아있을 것이라고 추정하던 부분이다. 때문에 다른 부분보다 화약성분이 잔류해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큰 모순이 존재한다. 위의 그림에서 보게되면 연돌은 배 아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함체 위에 설치된 부분이다. 만약 이 부분에 화약성분이 검출됐다면 당연히 선원들이 화약냄새를 맡아야 하는 위치다. 다시말해 연돌에 화약이 뭍어있다는 것은 폭발시 화약성분이 연돌을 폭발시켰고 그 성분이 연돌에 잔류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폭발시 화약 냄새를 강하게 맡아야 한다. 그렇지만 생존병사들의 증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화약냄새는 아무도 맡지 못했다.

동아일보 기사에서도 이 부분이 언급돼 있는데, 기사라고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로 논리적로도 모순이있다. 기사는 관계자의 말을 빌어 병사들이 못 맡을 것이라고 단정짓고 있는데 내용인 즉,

천안함 생존 장병들은 “(침몰 당시) 화약 냄새를 맡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연돌에서 화약 성분이 발견됐어도 승조원들은 화약 냄새를 맡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배 밑에서 폭발이 일어났더라도 냄새는 기본적으로 공기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배 안으로 냄새가 전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폭발 후 미세한 화약 성분이 배 안으로 들어왔을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화약 냄새를 맡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리를 하자면 "화약 성분은 발견됐지만 화약냄새는 맡지 못한다." 라는 식이다. 예전 모 탤런트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됐을 때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 라고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과연 천안함 침몰 당시가 얼마나 드물고 독특한 상황인지는 모르지만 분명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적인 상식을 과감하게 벗어나고 있다. 

우리의 상식을 벗어나고 있는 또 하나의 것이 있는데 동아일보에서 제작한 그림을 보면 "물기둥이 수평으로 생겨 승조원들이 보지 못함" 이라는 글귀를 볼 수 있다. 버블제트에 의한 파공시 수직으로 물기둥이 솟구치는 것이 그동안의 우리의 상식이었다. 하지만 합조단은 이를 부정을 하는데 그 근거는 미군이 2008년 하와이 연안에서 실시한 'MK48' 중어뢰 폭발실험을 근거로 제시한다. 당시 실험 동영상을 보게되면 실제로 높은 물기둥이 생기지는 않았다. 다만 두동강 나지는 않았고,폭발 후에도 온전하게 배가 떠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수평으로 폭발했을 시에 파괴력을 가지고는 천안함 절단면에서 보는 것처럼 만들기는 힘들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합조단은 수면높이나 다른 환경적인 요인들 때문에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도 물기둥이 생길 수도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사례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연돌에서 검출된 RDX라는 화약은 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이나 서방국가에서 폭넓게 사용하는 화약으로 상대적으로 공산권 국가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화약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 관계자는 "천안함 침몰을 배후 조종한 북 정찰총국이 전투가 아닌 공작 차원에서 은밀히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무기중개상을 통해 서방세계에서 (어뢰를) 도입했을 것" 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발언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겠지만, 모든 가능성을 제쳐두고 북한 하나만을 두고 표적수사를 하고 있다는 판단으로 밖에는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기도 하다.



2. 알루미늄 성분 

 동아일보 기사에서 보게되면 침몰 인근 지역에서 발견된 4조각의 알루미늄이 어뢰의 일부분이 확실하며, 이 알루미늄은 한국군의 무기에서 사용하지 않는 알루미늄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동아일보에서는 결정적인 증거, 즉 '스모킹건' 이라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8일  “천안함 화약은 西方어뢰 성분” 이라는 세계일보의 기사에 따르면 발견된 알루미늄은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어뢰에서 사용되는 알루미늄이 아닌 미국이나 우리군에서 사용되는 어뢰에서 쓰이는 알루미늄으로 확인됐다고 합조단에서 전하고 있다. 동아일보의 보도가 5월 6일인 점을 감안하면 이틀만에 상황이 완전히 바뀐셈이다. 그런데 합조단이 발표를 미루고 있는 것은 국민들에게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도 전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과 관련해서는 끊임없이 언론에 정보를 흘리던 것과는 다르게 말을 아끼고 있는 셈이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 우리가 명심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진실이라고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은 사실 추측에 불과하다" 라는 것이다. 사실 내가 위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도 추측일 뿐이다. 하지만 그것은 군과 정부가 추측으로 일관한 결과다. "Garvage In Garvage Out ; GIGO" 이라는 컴퓨터 용어가 있다. 유용한 결과를 얻으려면 유용한 자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를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라는 말로 나타낸 것이다. 군과 합조단의 분석이 논란만 가중되는 것은 그들의 입력자료가 엉터리이기 때문이다. 왜 엉터리 자료를 쓰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추측을 사실로 포장한 채 국민들을 끊임없는 공포와 불안으로 몰고가고 있다. 공포에 질린 군중만큼 통제하기 쉬운 대상은 없다. 이러한 통제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련지는 모르지만 분명 효과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1. RDX(Research Department Explosive)=사이클로나이트(cyclonite)로 불리는 고성능 폭약으로 1898년 독일의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헤닝 박사가 처음 발견했다. 독일에서는 헥소겐(hexogen), 이탈리아에서는 T4로불린다. 영국에서 RDX로 이름이 붙여져 제2차 세계대전 때부터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인 화약인 TNT보다 점화 속도가 50배에 달해 폭발력도 1.5배나 강하다. 비교적 안전하고 제조 비용도 싸다. RDX는 단단한 백색의 결정성 고체로 물이나 알코올 등에 녹지 않아 어뢰에서 주로 사용한다. 2006년 인도 뭄바이 철도테러에 사용된 폭탄의 주성분도 RDX였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