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인터넷에서 선정적인 방송을 하는 BJ들은 마땅히 비판받아야할 부분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접근성이 뛰어난 인터넷이라는 특성 상 이에 대한 문제인식과 경각심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그것을 지적하는 데프콘의 노래는 놀라울 정도의 혐오와 조롱으로 일관한다. 그러한 비난의 수위를 이미 초월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앨범명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지극히 남성중심적인 사고관이 느껴져서 뭔가 형언할 수 없는 불편함이 느껴진다.
최근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서 '낙태' 행위에 대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이로 부터 촉발된 한국 사회의 낙태에 대한 담론은 대체적으로 반대입장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낙태라는 것은 생명윤리적인 측면에서 '살인' 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자보건법'에 의하면, 낙태는 법적인 책임을 묻는 '살인' 행위가 아니라고 규정하고는 있지만, 우리의 관습에 따르면 낙태는 '살인' 행위라고 보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낙태금지'는 여성의 출산에 대한 자기결정권에 위배된다고 주장해 낙태를 공식적으로 합법화하고, 일반 산부인과에서도 자율적으로 낙태수술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을 묻는 다면, 전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만 후자의 주장도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는 이 글에서는 다룬 내용이 아니기에 그냥 넘어가고 본론으로 넘어가도록 하겠다.
앞서서 낙태에 대한 최근의 담론을 이 기사에 대입한 것은 낙태라는 현재의 인식이 결국엔 남성들이 만들어 낸 지배 이데올로기라는 것이다. 데프콘이 조롱하듯 말하는 "그녀는 올 해만 벌써 낙태가 두 번째"를 "화장 떡칠", "벽지 꽃칠", "명품백" 에 대입하며, 여성의 낙태라는 행위의 원인을 여성의 가치관 이상으로 연결한다. 또, 데프콘의 가사에는 오직 여성만이 존재 할 뿐, 관음증에 쩔어있는 '남성'의 시선은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데프콘의 가사대로 라면 '별풍선'을 쏘는 사람들은 그러한 여성들의 떡칠된 화장과 꽃칠된 벽지, 명품에 치장된 여성들을 은밀하고 음흉하게 관찰하는 남성들일텐데, 마치 남성들은 그녀들에 의해 '농락' 당하고 있다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또한, 낙태여부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다. 물론 여기서 '태아에게도 자기결정권이 있다' 라는 자연법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이것은 끊임없는 논쟁거리이므로 여기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여성들에게 아이를 낳으라고만 할 수도 없다. 오늘날 처럼 아이를 키우기 힘든 시대에 국가가 육아와 교육을 당담할 자신이 없다면 그것은 국가가 강제해서도 안되며,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삐뚤어져 있는 이상 양심적으로도 그들에게 비난을 할 자격이 없다. 본질적인 복지국가로 바꿀 수 없다면, 우리는 제도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출산을 강제할 수 없다. 이것이 실현되면, 낳지 마라고 해도 출산률은 늘어난다.
데프콘의 가사에서 지극히 마초적인 냄새가 풍기는 것은 그 스스로 그러한 사고방식에 갖혀 여성들을 바라봤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젠더에 대한 불평등을 야기시키고, 사회를 양분화하는 것이다. 여성의 행위를 조장하는 것은 남성들의 행위다. 물론 역으로도 남성의 행위를 조장하는 것은 여성들의 행위다. 이것은 지극이 자연적인 관계인 것이다. 하지만 편향된 남성의 시각으로 남성을 필터링한 채 무조건적인 여성들의 행위로만 강조한다면, 극단적인 젠더대립은 영원할 것이다.
데프콘이 이 앨범을 만들 시점에 어떤 심경이었는지는 모르지만, 힙합이라는 자유적인 음악장르에서 이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음악으로 표현했다는 것에서는 비판을 두지 않는다. 우리는 형식적으로는 문화적인 다양성이 보장된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지켜주고 존중할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여성이라는 상대적인 약자를 남성의 논리에 대입하고 관찰함으로써 여성들이 그러한 사회의 프레임속에 갖춰 사는 것은 더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다. 그것은 굉장히 불편한 일이다. 힙합이라는 장르를 그다지 선호하는 편이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힙합은 그러한 약자들의 편에서서 현실을 노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엔 내재한 사회문제를 단순히 마초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그들이 말하는 힙합정신과는 거리가 멀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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