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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

타블로와 4대강, 그리고 인터넷 통제.


 악플러 문제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타블로 사건으로 인해 다시 한 번 이슈화 됐을 뿐이지, 과거 연예인 자살 사건이 발생하면 매번 제기됐던 문제이기도 했고, 제작년에 있었던 미네르바 사건 등 여러차례의 인터넷 사화가 있었다. 그럴때마다 정부와 여당, 그리고 보수언론들은 악플러 문제를 들고나오면서 인터넷 통제의 필요성에 대해서 언급했었다. 이번 타블로 사건에서도 비슷한 양태를 보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업무보고를 받던 중 타블로 이야기를 접하고 "부당한 인터넷 마녀사냥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 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의 배경에는 배추값 폭등과 관련해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경작지 축소가 원인이라는 주장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중앙일보와 같은 보수언론들은 이미 이런식으로 틀짓기(Framing)를 했다. 보수언론들은 정황상 비슷한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타블로 사건과 4대강 배추값 파동을 악플러의 문제로 엮고 있다. 타블로 사건의 경우, 문제제기나 전개가 누리꾼에 의해서 이뤄졌다면, 4대강 경작지 감소 문제는 시민사회단체에서 먼저 문제제기를 하고, 정치권에서 거론돼 쟁점화된 것이다. 또한 불확실한 자료가 전제된 것이 아니고, 경작지 면적 감소라는 객관화된 자료가 전제됐다. 따라서 4대강 사건에서는 악플러라고 규정할 만한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인터넷은 공론장으로서 언론사에서 제공된 정보를 가지고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토론을 했을 뿐이다. 

 중앙 썬데이 제187호에 실린 김창우(경제부문 차장) 칼럼 "온라인 세상을 좀 먹는 사이버 좀비" 에서 김창우씨는 '좀비' 라는 낯익은 단어를 사용하면서, 인터넷 상에서 정보를 나르고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들을 '좀비' 라고 비약한다. 그는 자신의 칼럼에서 좀비를 정의하는데, 맥스 브룩스의 소설 <세계대전 Z> 를 인용한다. 좀비는 행동이 느리고, 지능이 낮아 안전벨트로 풀지 못하는 존재로 규정한다. 또한 중국과 북한을 언급하면서 이들 나라는 좀비를 제대로 통제하지 않아서 좀비 바이러스가 세계에 확산됐다는 소설 내용을 소개한다. 이는 좀비로 치환된 인터넷 여론을 말하며, 확산되기 전에 정부가 통제를 해야한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인터넷 여론 통제 필요성은 보수 신문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타블로 사건으로 말미암아 지상파 방송에서도 마녀사냥, 사생활 침해, 명예 훼손 등을 이유로 인터넷을 통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18일과 19일, KBS 9시 뉴스에서는 타블로 사건, 30대 여교사 마녀사냥, 이슬람 공포증 확산등 익명성을 전제로한 인터넷 상의 사생활과 인권침해의 사례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인터넷은 악플러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악플러는 누리꾼 중에서 일부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악플러와 일반적인 누리꾼을 분류하는 것이다. 인터넷은 익명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악플러와 누리꾼을 구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반면에 통제는 악플러와 누리꾼을 구분하지 않는다. 또한 공론장으로써의 인터넷의 역할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것은 빈대 한 마리를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과 같다. 소수의 악플러 때문에 인터넷 전체를 통제하고, 나아가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행복 추구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면 피땀흘려 얻어낸 민주주의는 역행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