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5일 대전시 연축동 K-water 대강당에서 4대강 공사지역 (낙동강, 금강, 영산강, 한강) 인근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이른바 '4대강 서포터즈'가 발대식을 가졌다. 이 발대식에는 당초 계획된 43개의 팀(3∼4명으로 구성)보다 많은 54개팀 195명의 대학생이 참여했다. 국토해양부 산하의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주최로 만들어진 4대강 서포터즈는 11월 말까지 4대강 공사지역에 대한 현장탐방, 거리 홍보, 팀별 블로그 활동을 통해서 4대강 사업의 홍보의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며, 우수팀에게는 국토해양부 장관 및 K-water 사장 명의의 상장을 주고, 해외 배낭 여행의 기회를 얻게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 이들을 위한 변론과 당부.."
이명박 정부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이러한 행사를 가지는 이유는 '젊은층'의 의식한 이유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목도된 것처럼 젊은층의 표심이 이번 선거 판세를 바꿔놓았다. 20-30대의 젊은층의 표심을 반영하지 못한 여론조사는 언론사들로 하여금 희대의 오보를 대량생산하게 만들었다. 또한 2008년 이제 막 돛을 올린 이명박호를 좌초 위기 까지 몰고간 것도 젊은층이었다. 지금껏 정치적으로 철저하게 배제되고 무시되어온 세대들의 반항이자 저항이었다. 이번 대학생 4대강 서포터즈도 이러한 젊은층들의 반대와 저항을 의식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아무래도 이명박 정부가 문제점이라고 주장하는 소통의 부재를 4대강 서포터즈 발족을 계기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상패와 배낭여행으로 무장한 소통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는 생각할 수 없다. 또한 이를 가지고 4대강 서포터즈에 참여한 친구들을 비난하거나 비판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이들이 처한 현실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나도 이들과 다를바 없는 대학생 신분으로서 이력서 한 줄 추가해 쓸 고위공무원 명의의 수상기록과 나의 자기소개서를 멋지게 수식해 줄 배낭여행의 추억과 환희를 쓰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낱 부질없는 '소신'과 '신념'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88만원 세대로 살고 있는 혹은 살았던 사람이 이들에게 돌을 던지기란 쉽지 않다.
물론 이들 가운데는 정말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친구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 이들 모두가 찬성하는 입장의 친구들이었으면 좋겠다. 오히려 그편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위에서 우려한 것처럼 자신의 입장과는 무관하게 그저 부상으로 주어지는 '물질'에 의해 스스로를 합리화 시켜야할 과정이 필요한 친구라면, 그는 앞으로 수많은 생명들이 불도저와 포크레인에 의해 베어나가게 되는 현장을 목격하게 될 것이고 이 현장은 본인에게 있어서도 잊지못할 참혹한 고통의 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4대강이 아닌 건설회사를 살리는 현장에 가고 있으며, 수많은 생명이 묻힌 킬링필드의 현장에서 미래와 희망을 이야기해야 하는 모순과 통곡의 지대에 서있기 때문이다.
사실 마음같아서는 이 친구들 중에서 자신이 진정 인간 중심의 개발과 신자유주의를 신봉하고 있다는 입장이 아니라면 당장 그 서포터즈에서 빠져나오라고 말하고 싶다. 분명 이들이 자신의 블로그에 써나가야 하는 글은 정부에서 주어지는 자료와 지침에 의존한 것일 뿐 자신의 생각과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영혼없는 글쓰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가 지시한 곳 혹은 가르킨 곳에서 찍는 현장의 반대편에 존재하는 것이 현실임에도 그것을 쓰지도 올리지도 못하는 한계를 경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을 한 친구들이 우수팀으로 선정돼 해외 연수를 다녀온다고 해도 많은 면에서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치 않는다. 본인이 물질을 통해 얻어낸 것보다 본인 스스로에게 지불한 댓가가 훨씬 더 클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진정으로 정부가 밉다. 아니 증오한다. 그들은 현재 우리가 처해있는 원인을 제공한 주체인 동시에 우리를 이용하고 있다. 상장과 해외여행으로 매수한 행태가 그러하며, 취업률을 높이고자 6개월 단발 인턴을 양산해 내는 행태가 그러하다. 관공서나 은행을 방문할 때 '최고의 서비스' 라는 글귀가 적힌 띠를 몸에 둘러 메고 하루종일 입구에서서 드나드는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느라 허리펼 일이 없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항상 안타까움과 씁쓸함이 들었다. 이번 4대강 서포터즈에 참여한 대학생들을 보는 마음도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그저 안타깝고 씁쓸한 마음이 앞서서 심정적으로 매우 불편하다. 그저 이런 방법으로 소통을 하려는 정부를 비판하는 것 외에는 따로 이들을 위해서 해줄말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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