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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

기획사가 돼버린 공영방송 MBC


MBC는 이번 아나운서 채용 전 과정을 방송한다.

공영방송 MBC의 변신이 놀랍다. 사장 김재철이 취임하자 마자 시작된 MBC의 변화는 공영방송으로써의 자신을 부정한다. 시사 교양 프로그램이었던 <후 플러스>와 <W>를 폐지하더니, 예능 프로그램이 편성됐다. 평일 동 시간대의 오락 프로그램 비중에 있어서 상업방송인 SBS를 능가한다. 가히 "오락 문화방송"이라고 할 만하다.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재철이 취임한 이후, PD에게 보장된 편성권을 침해하는 작태를 보이더니, 결국 PD수첩은 방송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파행을 맞아야 하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바야흐로 MBC 창사 50주년을 맞아 새롭게 도입된 아나운서의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인 <신입사원>이 그렇다. 엠넷이 <슈퍼스타 K>를 통해서 가수 데뷔를 보장했다면, MBC는 <신입 사원>을 통해서 아나운서 데뷔를 보장한다. 아나운서 데뷔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 MBC의 행태를 보면 연예인 데뷔와 아나운서 데뷔와 구성이나 형식, 성격면에서 다를 바가 없다. 그들은 부정하고 있지만, 최근 아나운서의 채용의 중요한 잣대중 하나는 '미모' 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또한 '끼' 역시도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최근 들어 아나운서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고, 연말이나 명절때는 장기자랑까지 하고 있다. 이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들의 직무와 연결되지 않는 측면이 많다. 그래서 '뉴스' 용과 '예능' 용으로 분류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있다.

 MBC의 새 예능 프로그램인 <신입사원>은 일요일 오후 5시 20분에 예정돼있다. 방송 시간 역시 기존의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했던 시간대에 한다. 그 시간대의 광고단가가 예능 프로그램의 단가로 책정돼 있는 만큼, 예능 프로그램으로 갈 확률이 높다. 타 방송사보다 깨어있다고 생각했던 MBC 아나운서들이 출연해 <신입사원>을 홍보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씁쓸함을 감출 길이 없다. 이미 MBC아나운서들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많이 진출해 있다. 박혜진 아나운서는 <위대한 도전> MC를 맡고 있고, <퀴즈쇼 레인보우>와 <조선멜로 토크쇼>에 다수의 아나운서들이 출연했거나 예고되고 있다.

 아나운서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1순위로 지망하는 방송사가 MBC라고 들었다. 이순간 가장 안타깝고 안쓰럽게 생각되는 사람들이 바로 그 '지망생'들이다. 물론 그들이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서 사전에 TV에 출연함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검증받을 필요성은 있다. 방송사에서 카메라 테스트를 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때문이다. 문제는 MBC가 이번에 채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가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이미 2010년 채용때 2명의 여성 아나운서가 이미 채용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채용에서 1 - 2명 수준으로 선발해 채용할 가능성이 높다. 적은 수 채용에 수 천 수 만명의 사람이 몰린다. 치열한 경쟁에 요즘 바이러스처럼 번지고 있는 독설까지 지망생이라는 이유로 구직자라는 이유로 복받치는 설움도 감수해야 한다. 굳이 아나운서를 지망하지 않더라도 이른 바 '엄친아(녀)' 형 연예인 지망생들도 자신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MBC 지망 아나운서로 얼굴을 알린 아나운서 지망생이 타 방송사의 아나운서에 지망하게될 때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이번 MBC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것은 고스란히 아나운서 지망생들의 몫이 된다. 

 국가가 됐든, 언론사가 됐든 대표를 잘 뽑아야 하는 것은 절대적인 진리임을 새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