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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

상표보다 못한 소말리아 해적의 인권


출처 : 연합뉴스 *원본사진에는 모자이크가 없음.

오늘(30일) 해군 작전에 의해 생포된 소말리아 해적 5명이 한국으로 압송돼 부산 동구에 소재한 남해해양경찰청에 수감됐다. 
 이들은 소말리아 아덴만 부근에서 조업활동을 벌이고 있던 삼호 주얼리호 납포해 협박한 혐의로 사형 혹은 무기징역이 내려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우리 언론들은 소말리아 해적들이 국내로 압송돼는 장면을 속보로 내보냈고, 대부분 아무런 필터링 없이 해적들의 얼굴을 그대로 내보냈다. 그러나 그들이 입고있던 옷의 상표는 모자이크 처리했다.

 지난 강호순, 김길태, 조두순 등 일련의 사건들을 접하면서 범죄자의 인권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있었다. 이 논쟁은 범죄자에게도 인권이 있는가, 혹은 범죄자의 인권이 피해자의 인권보다 중요한 것인가 라는 측면에서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몇 몇 언론들은 범죄자의 얼굴을 공개해 문제가되기도 했다. 결국 국가인권위원회는 범죄자에게도 인권이 있다는 판단 아래, 얼굴 공개를 말 것을 사법기관과 언론에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오늘, 소말리아 해적들이 압송되는 장면에서 경찰은 해적들에게 마스크를 제공하지 않았고, 언론은 해적들의 얼굴을 그대로 공개했다. 심지어 연합뉴스는 "살기 어린 해적 눈 빛" 이라는 표현도 서슴치 않고 사용했다. 그렇다면 내국인에게는 통하던 인권이 해적들에게는 없는 것일까. 아니면 내국민과 외국민에 대한 인권의 범위가 다른것일까.

 우리나라에서 연쇄 살인범과 성폭행범의 얼굴 공개의 필요성이 대두된 이유 중 하나는 '여죄'의 유무때문이었다. 연쇄 범죄의 특성상 경찰이 밝혀낸 범죄 이외에 새로운 범죄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경찰과 언론은 해적들의 또 다른 해적질에 대한 여죄를 추궁하기 위해서 얼굴을 공개한 것일까.

 지난 2010년 11월, 미국 버지니아 주에서는 소말리아 해상의 미군함을 상선으로 오인해 공격한 11명의 소말리아 해적에 대한 최종 공판이 있었다. 5명에게는 30년형이 내려졌고, 6명에게는 무혐의 판결이 내려졌다. 우리 해군에 의해서 생포된 5명의 해적들도 각각 가담한 정도에 따라 처벌이 달라질 수 있고, 무죄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얼굴 공개에 대한 법적 명분은 없다. 또한 이번에 생포된 해적이 지금까지 우리나라 선박을 납포했던 해적들과 같은 세력이라는 증거도 없다. 그럼에도, 소말리아 해적에 대한 일벌백계의 성격으로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보다 높은 처벌을 가하는 것은 법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부당하며, 이는 심각한 인권 유린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는가?

 소말리아는 세계 최빈국이다. 우리나라 선박들이 자주 납포되고 있는 아덴만 부근은 수산자원이 풍부한 세계적인 조업장이다. 특히 참치가 많이 잡히는데, 우리나라는 세계 3위의 참치 소비국이다. 사실상 우리나라 원양어선들은 부와 기술력을 토대로, 소말리아 국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 있는 셈이다. 그들이 가난한 이유는 그들의 정부가 불안정하고, 힘이 없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해적질이 그들의 생계수단이 됐겠는가.

 오늘 구속된 소말리아 해적들도 가난한 사람들이다. 물론, 다른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돈을 요구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고, 지탄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들이 사람답게 살 권리를 빼앗은 것은 강대국이다. 우리나라는 강력한 해군력을 동원해 구식 AK소총으로 무장한 해적들을 사살하고, 생포된 해적들을 전리품인양 공개했다. 소말리아 해적질을 막기위한 근본적인 예방책은 군대를 동원하고, 잡힌 해적들을 일벌백계하는 것이 아니다. 소말리아 국민에게 빼앗은 것들을 돌려주고, 그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초국적자본에 의해 그들의 생계수단이 위협받고 있는 지금, 우리는 그들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