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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

왜 노회찬에게 비판을 하는가?


노희찬 진보신당 대표
지난 6.2지방선거로 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향후 정국은 대대적인 개편과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한나라당 총재인 정몽준 대표가 사퇴를 했고 정운찬 총리는 지속적으로 사퇴의 압력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종시와 4대강 사업까지 위태롭다. 이명박 정부로서는 비상상황임이 확실하다. 

  야당 측에서 봤을 때는 분명 6.2지방선거는 '축제' 그 이상의 값어치를 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봤을 때 야당은 특히 진보는 위기에 직면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위기는 결과론 적인 측면에서 촉발됐다.

  위기의 발단은 서울 시장선거에서 비롯됐다. 서울시장 후보는 오세훈과 한명숙, 노회찬 후보 등이 출마를 했고, 오세훈 후보가 한명숙 후보를 2만여표 차이로 간신히 최초로 서울시장에 재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표차이가 문제의 원인이 됐다. 진보성향인 노희찬 후보가 3위로 14만여표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경기지사 선거에서 심상정 후보가 유시민 후보와 단일화한 것처럼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노회찬 후보가 한명숙 후보와 단일화 했더라면 분명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것이다. 내 생각도 만일 단일화 했더라면 한명숙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이것은 결과에 기인한 생각일 뿐이다.
  
  다시 말해, 단일화 했더라면 당선됐을 것이라는 생각은 6.2선거결과가 나온후에야 나올 수 있는 것이다. 6.2지방선거일 이전에 여론조사 결과에서 오후보화 한후보의 표차이가 10%포인트 차이가 났을 때, 단일화해도 한후보가 당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그 때는 단일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 않다가 투표율 상승이라는 변수에 의해서 표차이가 2만여표 차이로 아깝게 낙선을 하자 생겨난 결과론적인 비판일 뿐이다.


성격도 공약도 다른데 단일화가 정치민주화의 대안인가?

미학자 진중권
진보신당 당원이기도 한 진중권은 노회찬 후보에 대한 패배 책임론을 전적으로 비판한다. 개인적으로 진중권의 생각에 동의한다.  진중권은 진보신당이 창당을 한 것은 최악이나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새로운 사회체제를 구축해 내기 위함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진보신당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한국을 양분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악이 차악이 되고, 차악이 최악이 되어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탄생한 진보신당이 단일화를 통해 지배정당에 종속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대한민국에는 수 많은 정당들이 있다. 국민들은 기본적으로 정치권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정당을 창당할 수 있다. 따라서 수 많은 정당이 존재한다. 물론 비슷한 정당이 존재하겠지만 대체적으로 정당의 성격은 조금씩 다르다. 즉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소수정당은 별 영향력이 없다. 있더라도 미비한 수준에 머문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선거제도가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인기정당이 모든 선거구를 석권하는 승자독식구조를 띠고 있다. 이러한 선거제도 때문에 한나라당과 민주당같은 인기정당이 대한민국을 양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소수정당이 다수정당에 포함되려고 하는 경향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냥 '먹힌다' 라는 표현을 사용해도 무방할 만큼 다수정당 위주로 단일화 되는 측면이 강하다. 물론 경기의 경우 다수정당이라고 할 수 없는 국민참여당의 유시민후보가 민주당과 단일화해 출마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민주당이 노풍을 의식해 국민참여당과 단일화한 측면이 강하다. 또한 유시민 후보가 스타 정치인이라는 측면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일화는 민주정치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대한민국에 있는 수 많은 정당들은 각기 자신들만의 고유한 색깔이 있다. 정당의 다양성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대한민국의 고질적 병폐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민주정치의 대안이 되지 못했다는 것은 지난 수십년간 목격하고 경험한 사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치적인 다양성이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러한 정치가 가능했던 것은 분노와 복수의 정치 때문이었다. 이러한 프레임 속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이 있었기 때문에 현실정치가 아직도 그 자리에 맴돌거나 후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를 두고 선거혁명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물론 정치적인 혁명은 아니다. 그것은 민주당의 패러다임일 뿐이지 우리는 그저 차악을 선택한 것일 뿐이다. 진정한 선거혁명은 기존의 지배정당을 갈아치우는 일일 것이다. 물론 그렇게 집권한 정당이 사회를 바꾸지 못한다면 그것은 나중 문제일 뿐이다. 

  노회찬 후보에게 선거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우리 사회가 승리지상주의에 빠져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모 개그맨의 유행어처럼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이기 때문이다. 영혼 없는 단일화는 또 다른 비극일 뿐이다. 진정한 연대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모든 공약과 정책이 동일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하고 있는 연대는 한나라당을 견제하기 위한 '오직 승리만을 위한 연대' 일 뿐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정치 민주화는 이룩할 수 없다. 다른 정치적 색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직 한나라당을 견제하기 위해 단일화를 했어야 한다라는 비판은 노회찬 후보나 진보신당에게 또 다른 폭력을 가하는 것이자 정치 민주화를 실현하는데 있어서도 또 다른 걸림돌이 될 수 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